아이를 키우고 비로소 어른이 되었습니다

by 윤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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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자연을 사랑하고 알록달록 색깔을 좋아하는 자유로운 영혼, 자폐성 장애 2급. 8살 아들 주민재를 키우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는 윤미진이라고합니다.


 

Q. 아이가 느린 아이라는 사실을 언제 처음 인지하게 되셨나요?

 

아이가 걸음마도 또래보다 빠른 편이었고, 상호작용도 좋고 별다른 의심 없이 정상 발달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말이 느리긴 했으나, 아이와의 의사소통에 어려운 점을 느끼지 못할만큼 비언어적인 표현이나 수용이 좋았습니다. 남자아이들이 언어가 느린 경우도 있고 아이 아빠가 말이 많이 느렸다고 해서 딱히 걱정하지 않았고, 병원에서 영유아검진 때도 별다른 소견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30개월 무렵에 아이가 잘되던 눈 맞춤이 안되고 비언어적인 소통들도 확연히 달라지면서 다름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Q. 느린아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어떻게 대응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처음 제가 인지했을 때는 가까운 상담 센터 먼저 찾아서 상담을 하고 놀이 치료를 시작하면서 여러 병원에 대기를 걸었습니다. 대학병원 3곳에서 자폐가 아니라고 하셨고, 발달지연에 불안도가 높다고 하셨습니다.

아니면 정말 다행이지만, 엄마의 촉이랄까요? ​퇴행이 오면서 확연히 달라진 모습들에서 단순 발달지연은 아닌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고, 언어, 놀이, 감각통합 등의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그때쯤부터 저도 상담심리와 아동학 등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아이는 4세에 일반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5세 때부터는 영유아특수학교에 다니기 시작하였고, 6세에 자폐성 장애로 장애 등록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는 느린 아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 마다의 속도가 있고 그 속도에 맞게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장애 아동이라는 말을 하기 불편해서 느린 아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분들도 많이 계신데요. 느린 아이라는 말은 느리지만 언젠가는 정상적인 속도의 아이들의 목표치에 닿을 수 있는 아이라는 말이라는 느낌이 자꾸 듭니다. 장애 아동은 본인만의 속도로 본인만의 목표에 도달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그 점에서 저는 장애 아동이라고 불리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Q. 민재의 학교생활이 궁금합니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확인했는데, 학교생활에 가장 만족스러운 점과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민재는 올해 초등학교 1학년으로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학교생활에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민재가 편안해 한다는 것입니다. 민재는 사람이 많은 공간을 많이 어려워하는 아이입니다. 특히나 또래들이 많은 곳은 더욱 어려워해서 주말에는 키즈카페나 실내놀이공간을 찾기 어려운 아이인데요.

특수학교는 반 구성원의 인원이 비교적 적다 보니 민재가 편안해 하기도 하고, 시간표 구성도 학습적인 부분보다 예체능이나 일상 생활 수업이 많이 있어서 활동적으로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아무래도 통합을 할 기회가 없다는 부분인거 같아요. 통합에 대한 아쉬움은 외부 활동이나 공동 육아 등으로 채워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학습적인 부분은 홈트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학교를 선택할 땐 장애의 경중이나 부모의 의견보다는 아이의 기질이나 성향을 깊게 고려하셔서 선택하시길 학교를 고민하시는 후배 어머님들께 말씀드리고 싶네요.

 

Q. 민재의 방과 후 활동이 궁금합니다. 음악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을 확인했는데 또 다른 수업이나 치료를 받는 것이 있을까요? 왜 그 수업 또는 치료를 선택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민재는 치료를 많이 받지 않습니다. 취미를 만들어주고 싶은데 일반 학원은 보낼 수 있는 곳이 많이 없다 보니 최근에 음악치료를 주1회 시작하였고, 민재가 좋아하는 미술치료와 아직 언어표현이 어려워서 꾸준히 언어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6세쯤 치료실을 너무 힘들어 하는 아이 모습에 고민 끝에 치료를 모두 중단하고 여행을 다니고 집에서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하면서 아이가 발달에 있어서도 한단계 올라서는 시기이기도 했고, 더 활기있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이후부터는 최소한의 치료. 아이가 좋아하는 것 위주로 하자라는 마음으로 복지관 수업으로만 일주일에 이틀만 치료 수업을 가고 있습니다.

 


Q. 아이와 방과 후 또는 주말에 다양한 곳에서 체험 활동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민재가 좋아하는 여행지 또는 장소를 몇 곳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저는 다양한 체험과 여행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방과 후에는 집 근처 생태공원에서 다양한 놀이를 하기도 하고, 서울이지만 집 1층 화단에 작은 텃밭을 만들어 야채를 기르고 모래 놀이 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 놀이를 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미술활동을 하고 화장실에서 퍼포먼스미술을 몇시간씩 즐기기도 하고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해소를 시켜주면 아이가 편안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민재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는 안면도 방포해수욕장이라는 곳인데요. 이곳의 썰물때를 특히나 좋아합니다.

신시모도라는 3개의 섬이 연결된 곳도 민재가 좋아하는 여행지이고, 제주도가 친가인 민재는 제주도도 정말 좋아하는 여행지입니다. 감귤 따기 체험을 하는 것도 좋아하고 여러가지 다른 느낌의 해수욕장들을 가보고 요트나 유람선을 타는 것도 좋아합니다. 가깝고 자주 찾는 좋아하는 곳은 집에서 가까운 관악구 선우생태공원 입니다.


Q. 아이를 키우다 보면 가슴을 쓸어 내리는 일이 참 많죠.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어떻게 극복해 내셨는지 과정이 듣고 싶습니다.

 

아이가 유치원 시절 학대를 경험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이의 정서가 무너지는 순간 몇 년간 하나씩 채워가던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다 무너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저는 그 시기가 장애를 받아들이는 순간보다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원점에서 다시 출발하는 것 보다 더 어려운 시간들을 보내며 아이의 마음을 쓰다듬고 불안을 낮추고 다시 하나씩 해나가면서 정말 아이에게 학대라는 부분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주변 많은 분들과 가족의 노력으로 아이가 많이 편안해졌고,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계속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아이와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이신지요?

 

아무래도 아이가 웃는 순간 아닐까요? 힘들다가도 아이가 웃는 모습을 보면 힘들었던 모든 것들이 사르르 녹아버리는 것 같아요. 민재를 키우면서 비로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내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에게 민재라는 존재는 가장 큰 가르침을 주는 존재이자 가장 큰 행복을 주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Q. 학교운영위원회, 학교평가위원회 등 아이의 학교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십니다. 이유가 있으신지요?

 

아마 많은 부모님들께서 그렇게 시작 하실 것 같은데요. 처음에는 저도 우리아이에게 더 신경 써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어린이 집에서 운영위원회를 했던 것이 처음이었던 거 같습니다. 영유아특수학교 운영위원장을 거쳐, 현재 특수학교 학부모회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과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를 이왕이면 더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 가고 싶다는 의지가 있다 보니 계속해서 학교 활동을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국회의원 후보 간담회, 정책협약식, 투쟁 등에 참여 하시며 장애 인권 개선에 대해 애쓰고 계십니다. 주로 어머님께서는 어떤 메시지로 목소리를 내시는지 궁금합니다.

 

장애 아이를 키우면서 이전에는 전혀 관심없던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고 공부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현재의 환경에서는 아무리 가정에서 노력을 해도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변화가 없으면 아이가 자라고, 또 성인이 되어 자립을 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고 조금씩 참여 하다 보니 영유아기, 학령기에 필요한 부분에 대한 요구나 투쟁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어릴 때는 장애를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고 치료에 매진하던 시기이다보니 부모님들께서 활동을 할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는 시기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필요한 부분을 요구하고 현재의 아이들의 상황들을 지속적으로 목소리 내지 않으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물론 발달장애인들의 지원 체계에 대한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낼 것이지만, 현재는 학령기 아이들의 인권이나 학습권, 이 시기에 필요한 것들에 대해서 조금은 더 목소리를 내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조금 이나마 나은 환경에서 사랑 받고 존중 받고 교육 받으며 살아가길 희망합니다.

 

Q. 우리나라의 장애 인권이 어떻게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도 아직 장애인에 대해 생각하고 알아가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장애 인권 등에 대해 알아가는 단계이고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은 사람이라 너무 어려운 질문이긴 한데요.

평소에 가지고 있는 마음은 장애인이란 나와는 다른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장애인이라 도움을 주어야 하고 더 지원을 해야하는 게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비장애인들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 ​평범한 일상들을 함께 살아 간다라는 생각을 가진 나라가 된다면 어떨까 라는 행복한 생각을 해봅니다.

 

 

Q. 갑상선암 완치 판정을 최근에 받으셨던 것 같습니다.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올해가 갑상선암 수술을 한지 5년이 되면서,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갑상선암을 알았을 때는 아이의 장애를 인지하기 전이라, 그때는 저의 암 소식이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는데 다행히 일찍 발견되었고 수술도 잘 되었습니다.

회복을 하며 지내오다가 아이의 장애를 알게 되면서부터는 솔직히 매년 정기검진을 가는 거 말고는 특별히 신경을 쓰지 못하며 지낸 것 같습니다. 지금은 주기적으로 건강 검진 잘하고, 하루하루 즐겁게 씩씩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저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Q. 민재가 어떤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바라시는 지 궁금합니다.

 

종종 민재의 미래를 상상해보곤 합니다. 평범한 일상을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 저의 가장 큰 꿈인 것 같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스스로 아침을 챙겨 먹고 매일 갈 곳이 있고,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 점심식사도 하고 일과가 끝난 후에는 취미생활도 하고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가끔은 친구들과 치맥을 즐기기도 하며 밤엔 집에 돌아와 집안 청소도 하고 휴식도 취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지극히 평범한 생활을 혼자 해낼 수 있는 민재를 바라고 바래봅니다.


 

Q. 민재 엄마가 아닌, 한 사람으로써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현재 사회복지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구체적인 꿈을 꾸기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고 아이를 키우기에 더 바쁜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가능하다면 아이들의 인권을 위해 활동할 수 있는 공부를 더 하고 싶고, 내가 그린 오티즘 홈트 트레이닝 클래스를 통해 많은 가르침을 받고 도움을 받은 만큼 더욱 열심히 내공을 쌓아 후배 어머님들께 도움을 드리는 일도 하고 싶습니다. 가장 큰 목표는 민재가 좋아하는 미술이나 다양한 활동들을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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