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가족들끼리 서로가 도울 수 있는 작은 사회, 동네가 생긴다면 어떨까요?
이런 마을이 있다면 부모들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아이들을 교육하기도 하고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습니다. 부모들도 한 인간으로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아이들도 서로 돌봐주며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가 도울 수 있는 작은 공동체를 만들고, 다양한 요구를 필요로 하는 학습자를 위한 교육 과정을 설계하는 교육 전문가가 되는 삶을 꿈꾸는 김선옥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Q. 자기 소개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충청남도 홍성 내포신도시에 거주하는 40대 워킹맘 펭맘 선생님 김선옥입니다. 저는 2022년 임용 고시에 합격하여 홍성교육지원청으로 발령 받았으며 현재 육아 휴직 중인 유치원 교사입니다. 제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 자폐성 장애 남자 아이로 특수 학교에 재학 중입니다.
Q. 아이가 남 다르다고 짐작하게 된 순간은 언제였나요.
아이가 만 3세가 되도록 말을 하지 못하고 다른 아이들에 비해 특정 감각에 굉장히 예민함을 보여 뭔가 남다른 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폐성 장애 판정은 만 5세에 받게 되었습니다.
더 일찍 받을 수도 있었으나 아이에게 낙인을 찍는 것은 아닐지 미안한 마음이 있었고 아직 어려서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만 5세가 되면 장애 판정이 없이는 바우처 지원이 어렵다고 하여 장애 진단을 받기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Q. 결과 후 센터를 다니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으셨던 것 같습니다.
시행착오를 겪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인데 첫째는 자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려웠기 때문이며, 둘째는 사회적 편견 때문입니다.
우선 첫번째 이유부터 말씀드리면 자폐라는 장애가 원인 불명이고 치료법 자체가 현재 없기 때문에 센터에서도 병원에서도 매체나 책에서도 아이의 장애에 대해 명확한 정보를 얻기 어려웠습니다.
사실 정신과에서 장애 판정을 받은 후에도 병원에서는 진단명만 이야기 해 줄 뿐 그 이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지 못했으며 어떤 부분은 의사보다도 부모가 더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다음으로 두번째 이유는 자폐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에서 상당한 편견을 내포한 채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만의 발달 속도와 특성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단기에 치료해서 정형발달을 하는 아이로 만들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많이 겼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 발달장애에 관해 공부하면서 또 한가지 배운 점은 '느린학습자'란 표현도 자폐를 표현하는 정확한 단어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느리다'는 것은 느리지만 언젠가는 정형발달을 하는 아이들과 같은 지점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인데 자폐의 경우 그렇지 않거든요. 자폐는 '느린학습자'라기 보다 자신만의 방식을 가진 '독창적 학습자'라는 표현이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통해 제가 깨닫은 점도 많습니다.
Q. 어떤 깨달음이 있으셨는지 물어도 될까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자폐는 질병이 아니고 그 아이의 특성이라는 것입니다. 사람이 타고난 성향과 기질을 쉽게 바꿀 수 없는 것처럼 자폐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특성을 치료를 통해 없애려고 하기 보다는 아이의 특성에 맞게 사회에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는 자폐에 대한 편견을 지적하고 우리 사회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리를 쓸 수 없는 사람에게는 '목발'이나 '휠체어'를 주지 '왜 걷지 못하냐, 빨리 걸어라!'라고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자폐도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자폐 아이가 생각하는 방식이 정형발달을 하는 아이들과 다른 것은 그 아이만의 타고난 특성인데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건 비정상이라고 이야기 하며 정형발달을 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억지로 자폐 아이에게 학습시키려고 합니다.
우리 사회는 이런 다양성을 아직까지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분위기 같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처음 장애를 맞딱드리고 우리 아이가 남들과 다르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하는 부모들의 절망감과 두려움은 정말 큰 것 같습니다. '자폐'라는 단어가 주는 공포감과 편견이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자폐는 자기 세계에 갇혀있고,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으며, 감정도 없다고 상식선에서 배우지만 실제 자폐는 그렇지 않습니다. 자기만의 감각과 자극을 추구하지만 사람에게 관심이 많고 감정도 풍부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자폐라는 단어 말고 우리 아이들의 독특한 특성을 표현할 수 있는 더 정확한 단어가 없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도 그러한 단어 중에 하나이긴 하지만 그것도 아이들의 특성을 설명하기 부족한 것 같아서 더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함께 고민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Q. 현재 아이는 센터 등에서 어떤 치료를 받고 있나요?
사설기관에서 감각통합치료와 언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국가 바우처 외에도 사비를 들여 많은 치료를 했지만 현재는 다 정리하고, 국가 바우처 금액 내에서 가능한 정도로만 치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치료실 선생님도 저도 이제는 '빨리 아이를 정형 발달 하는 아이로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닌 '아이의 독특한 특성을 찾아가는 즐거운 모험을 하자'는 목표를 갖고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 외 지역 장애인부모회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취미 프로그램(유아특수체육, 탁구 등)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스포츠 이용권 서비스가 있어서 헬스, 탁구 등 시간이 생기면 틈틈이 운동도 하고 있습니다.
Q. 어린이집과 병설유치원 특수반을 고민하는 다른 부모님께 해 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부모의 필요나 감정에 의해 기관을 선택하지 마시고 아이의 특성과 미래를 보시고 선택하면 좋겠습니다.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은 나와 우리 아이에게 관심이 없으니 타인의 시선이나 눈치를 보지 말고 오롯이 우리 가족과 아이만을 바라보고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제가 처음에 아이를 일반 어린이집에 보낸 이유는 우리 아이가 특수반에 다닌다는 낙인이 찍히는 게 싫어서 입니다. 인원이 적어서 아이가 방치되지 않을 것 같아 그렇기도 했고요. 실제로도 아이는 사랑을 듬뿍 받으며 어린이집에 6살(만4세)까지 잘 다녔어요. 그런데 어린이집은 교육기관이 아니고 복지시설이기 때문에 교육부가 아닌 보건복지부 관할이어서 특수교육관련 인력과 제공되는 서비스 차이가 굉장히 큽니다.
요즘은 어린이집으로 가는 특수 아이들이 많아지고 장애 전담 어린이집도 있지만 어떤 선생님들이 계신지는 잘 살펴보고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유치원은 법적으로 학교이기 때문에 특수교육을 전공한 특수교사가 있습니다.
어린이집에 오는 장애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장애영유아보육교사 자격증이 생기기도 했지만 간단한 인터넷 연수로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자격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수교육을 전공하여 4년동안 공부한 선생님들도 특수교육 분야가 워낙 방대하고 어려워 대학원을 가서 더 공부하고 있고 그것도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고 합니다. 저도 실제로 아이에 대해 공부하다가 특수교육대학원 석사과정에 진학하게 되었는데 정말 공부할 것이 많더라고요.
아이를 국공립유치원 특수반에 보낸 이후 우리 가족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우선 특수교육이 의무교육이고 유치원이 교육기관이다 보니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력이 충분했습니다.
준호가 만 5세 되던 해에 저는 운 좋게 유치원 임용고시에 합격하게 되었고 제가 첫 발령받은 곳 특수반에 자리가 있어 함께 아이와 유치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정말 가까운 거리에서 아이가 받는 교육을 지켜봤는데 교육과정 담임교사, 특수교사, 특수교육 실무원, 기타 봉사인력, 방과후교사 등 특수반에 지원되는 인력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또한 특수교육 전공을 하신 선생님이 계시다보니 개별화교육 협의회를 진행하고 아이에게 맞는 교육계획을 함께 계획하고 공유하고 일년간 같은 목표로 아이의 성장을 도울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고 감동이었습니다.
또한 아이가 비장애 아이들과 어울리고 활동하는 것을 보고 이 때부터 불필요한 센터 수업을 정리했습니다. 무분별한 센터 치료보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하루 일과를 온전히 보내고 친구들과 상호작용 하는 것 자체가 더 없이 좋은 치료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부모 입장에서 생각하지 마시고 아이의 특성과 미래를 생각하셔서기관을 결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그 속에서 아이는 스스로 성장하고 배울 수 있는 힘이 있으니 현재 나의 결정이 아이의 미래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까 너무 크게 걱정하시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결정할 수 없으니 부모가 대신 결정해주지만 어떤 곳에 가서도 아이는 스스로 성장하는 자신만의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준호가 초등학교 1학년 입학했을 때 잘 적응하도록 어떻게 지원하셨나요? (반장도 하고 대견하셨을 것 같습니다)
원론적인 이야기일 수 있으나 저는 아이와 선생님을 믿었습니다. 또 장애 부모 자조모임에서 IEP를 작성할 때 아이의 단점, 주의할 점을 교사에게 각인시키기 보다는 아이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춰 개별화교육계획을 작성하는 것이 아이에게도 선생님에게도 더 좋다는 것을 배워서 그렇게 했습니다.
아이를 위해 부모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시도해보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장애아이 부모 뿐 아니라 비장애 아이의 부모에게도 해당되는 것 같아요.
Q. 이름을 스스로 깨우쳤다는 것도 놀랍습니다. 아직도 배움의 경로에 대한 미스터리는 풀지 못했을까요?
네, 아직 정확히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준호는 새로운 것을 배우면 기억했다가 어느 순간 그것을 꺼내는 것 같아요. 보통 비장애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배울 때 규칙을 터득하고 여러번 연습하며 단계적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눈에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르치는 사람도 '아이들이 지금 배우고 있구나'를 바로 느낄 수가 있습니다.
준호 같은 경우에 새로운 것을 가르쳐주면 '준호가 이해할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가르쳐 줄 때 관심이 없어 보이거나, 대충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 의욕적이거나 동기를 가지고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거든요.
그런데 아이가 부모나 교사가 한번이라도 이야기 한 것은 언젠가 본인이 필요할 때 갑자기 꺼내놓더라고요. 숫자도 어느날 갑자기 1부터 10까지 순서대로 배열하였어요. 아무도 집중적으로 가르쳐준 적이 없는데도요.
할머니의 차 번호를 안 다든지 처음 가본 곳의 길을 엄마보다 더 잘 외운다든지 아이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배우는 것 같은데 그게 무엇인지는 아직 좀 더 파악 해 봐야 할 것 같아요. 한글도 그렇고 규칙과 원리를 안다기 보다 통문자로 혹은 특정 상황을 사진 찍듯이 학습하는 것 같습니다.
Q. 어머님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출산 후 임용고시 준비를 해서 유치원 교사가 되셨죠. 육아와 병행하시기 어렵지 않으셨나요?
저는 임용고시에 합격하기 전 사립대학부속유치원 교사였습니다. 힘들었지만 보람찼던 시절이었습니다. 아이가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빨리 치료해서 정상궤도에 올려 놓고 싶은 조바심이 들어 10년 가까이 일한 유치원을 그만 두었어요.
이 후 아이의 교육과 치료에 전념하던 중 문득 아이의 상황이 단기에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어쩌만 평생 아이와 내가 함께 가지고 가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다면 아이도 나도 장기적으로 함께 성장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와 함께 공부를 하자는 생각에 임용고시를 준비했습니다. 젊은 선생님들도 젊음을 다 바쳐서 공부해도 합격하기 어려운 시험이었지만, 아이를 생각하면서 공부 하니 힘이 났습니다. 아이 센터 치료 중에 대기실에 책을 짊어지고 짧은 대기 시간 동안 공부를 하기도 했어요.
남편도 정말 많이 도와줬어요. 집안일도 함께 하고 아이도 함께 돌보고 가르쳤어요. 제 닉네임과 블로그 이름이 펭맘(펭귄엄마)인 이유는 펭귄은(특히 황제펭귄) 아빠와 엄마가 모두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이에요.
프리랜서라 여유가 있던 남편이 낮에도 공부를 더 많이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이라 마음만 먹으면 하루 종일 매일 공부를 할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엄마가 아이와 보내는 시간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낮에도 아이가 기관에 가 있는 시간 외에는 함께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독서실에 가거나 집에서 방에 들어가 공부할 때 홈캠으로 아이를 보면서 공부했고, 아이를 재우고 새벽 1시가 다되어서 공부를 할 때도 있었고 새우잠 잔 적도 많아요. 다 좋은 추억입니다. 용기를 잃지 않고 내가 공부를 많이 하지는 못하지만 끝까지 꾸준히 하면 할 수 있다고 계속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버텨냈던 것 같아요.
저는 종교가 기독교라서 내가 임용고시에 붙고 나서 현장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나의 꿈을 그리는 기도를 많이 했어요. 이러한 구체적인 목표와 비전이 임용고시 공부의 외로움과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Q. 현재 육아 휴직 중이신데 어떤 계획이 있으세요?
교사로서 교육 현장의 트렌드를 계속 읽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찾고 있어요. 육아 휴직 기간이 이런 것들을 하기에 정말 소중한 시간이 되어 줄 것 같습니다.
교육현장에서 통합교육과 에듀테크가 큰 이슈라서 이와 관련된 강의나 교사 연구회 모임을 찾아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또한 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입법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제가 속해있는 교사 단체나 지역 부모회 등에서 정치인과 간담회나 정책설명회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의견을 개진해 볼 생각이에요.
Q. 외부 활동을 하고 있으시다면 소개해 주세요.
저는 행복한 교육 학부모회라는 학부모 단체 임원을 맡고 있어요. 아직 큰 단체는 아니지만 작년에 국회에서 열렸던 교육 정책 관련 토론회에서 학부모대표로 몇 번 참가하기도 했어요.
제 블로그를 통해 장애 통합교육에 대해 알리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고 육아 휴직과 함께 현재는 휴학했지만 유아특수교육대학원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어서 논문 및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람과 교육 연구소가 진행하는 행복교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학교 교육에서 교육과 심리학 전반을 함께 다루며 학급경영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배우는 교사 공부 모임입니다.
Q. 준호의 육아를 통해 어떤 성장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평등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학급에서 뒤쳐지거나 느린 아이들은 교사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 아이들만 특별히 도와주는 것은 평등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준호와 함께 삶을 살아가며 무조건적인 양적 평등이 아닌 실질적 평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개인 간의 차이에 따라 발생한 사회적 격차를 인정하고 그에 비례해서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이번에 인터뷰를 작성하며 찾아 보았는데, 사회 복지 개념에 실질적 평등이라는 개념이 나오더라고요.
우리 준호 덕분에 현장에서 아이들을 더 세심하게 배려할 수 있는 힘이 생겼고,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면서 모두가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다음으로 불편한 점을 요구하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되었어요. 예전에는 참고 넘기는 일이 많았는데, 아이의 상황이 사회적 이슈와 교육, 정책 등에 맞닿아 있다 보니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장애 가정의 어려움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더라고요.
아직도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는 용기가 많이 부족하지만 주위에 같은 뜻을 가진 부모님들 선생님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며 사회에 작은 변화라도 일으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 20년 후 준호에게 엄마가 미래에 대한 편지를 보낸다면 어떤 내용을 담고 싶으세요?
존경하는 한 교수님께서 미래를 생각할 때는 불가능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며 마음 껏 꿈꾸라고 하셨던 말씀이 생각나네요. 그렇게 상상하며 편지를 써 보겠습니다.
준호야, 어느 덧 우리 준호가 30대가 되었구나!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준호와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주지 못해 미안했어. 그래도 항상 밝은 모습으로 학교도 다니고 선생님과 친구들께 해피 바이러스를 전파하던 준호가 너무 대견하고 고마웠단다.
엄마는 우리 준호를 믿었고 함께 노력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단다. 그렇게 우리가 하나하나 함께 노력해서 이제는 엄마 없이도 너의 꿈을 마음껏 펼치며 홀로서기 할 수 있게 되었네. 이런 날이 엄마는 반드시 올 줄 알았어. 이렇게 멋지게 성장해 준 우리 준호에게 엄마는 너무 감사해.
앞으로 힘든 일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하나씩 이겨내자. 엄마는 언제나 준호 편이고 준호를 응원할 거야. 사랑해!
Q. 꿈이 있으세요?
공립 유치원 교사로서 제 꿈은 다양한 요구를 필요로 하는 학습자를 위한 교육 과정을 설계하는 교육 전문가가 되는 것입니다. 관련해서 책도 쓰고 강의도 하고 싶습니다. 특수 교육 대상자 뿐만 아니라 다양한 개성을 지니고 저마다 성장 속도가 다른 학생들을 단 한 명도 놓치지 않고 학교 안에서 안전하고 행복하게 능력있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이런 일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의 노력 뿐만 아니라 법과 제도의 개선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선진국 수준의 학급 당 학생 수 배치, 교사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교육 환경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한 아이의 엄마로서의 꿈은 저와 비슷한 상황인 엄마들에게 희망을 주고 우리 준호도 자신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아이로 키우는 것입니다. 장애 아이가 있는 가정은 비장애 가정과는 차원이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로 인해 능력 있는 부모의 경력이 단절되기도 하고 이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이어집니다.
제 꿈은 이런 가정들을 모아 작은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타운 하우스 비슷하게 서로 모여사는 동네를 만드는 것이에요. 현재 장애 아이들 부모는 아이들을 돌보느라 일을 할 수 없고 아이들을 믿고 맡길 곳도 없고 사면초가 상태입니다.
서로가 도울 수 있는 작은 사회, 동네가 생긴다면 이 안에서 부모들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아이들을 교육하기도 하고 건물을 짓기도 하고 농사를 짓는 등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습니다. 부모도 한 인간으로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아이들도 서로 돌봐주며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끊임 없이 도전하고 실패하고 그리고 성공해서 베스트셀러 자서전을 남기는 것도 목표입니다. 조금은 허황되지만 그래도 즐겁게 그 길을 향해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