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용언어장애 [1부] 화용언어장애란 무엇인가요?
- 우리 아이, 말은 잘하는데 왜 대화가 어색할까요?
아이의 말을 듣고 있으면 단어도 다양하게 쓰고 문장도 그럴듯하게 잘 만들어요. 그런데 막상 또래 친구들과 어울릴 때 보면,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거나,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해서 어색해질 때가 있죠.
혹시 이런 모습이 반복된다면, '화용언어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어요.
말하기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요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의 언어 발달을 생각할 때 보통 '단어 수'나 '문장 길이', '발음 정확도' 같은 걸 먼저 떠올려요.
그런데 '언어를 잘 한다'는 건 단어를 많이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우리가 누군가와 대화를 잘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언어를 사회적인 상황에 맞게 사용하는 능력, 즉 화용언어 능력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 이런 상황을 한 번 생각해보세요
👧 “오늘 내 강아지 죽었어.”
👦 “그래? 나도 어제 아이스크림 먹었어.”
이 대화, 어딘가 이상하죠?
두 아이 모두 문장도 잘 만들고, 단어도 잘 썼지만, 서로의 감정을 고려하거나 대화 흐름을 이해하진 못했어요.
이런 걸 ‘화용언어(pragmatic language)’의 문제라고 해요.
화용언어장애란 무엇인가요?
화용언어장애(Social (Pragmatic) Communication Disorder, SPCD)는 아이가 말은 하지만, 그 말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어려움을 보이는 언어장애예요.
구조적인 언어 능력(문법, 어휘 등)은 정상일 수 있지만, 사회적 맥락에서 말하는 방식에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좀 더 구체적으로는 이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어요
화용언어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어려움 |
1. 말 순서를 지키거나 대화를 주고받는 데 어려움 2. 상대방의 말투나 표정을 잘 파악하지 못함 3. 농담, 비유, 빈정거림 등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임 4. 상황에 맞지 않게 너무 솔직하거나 엉뚱한 말을 함 5. 대화가 일방적이거나 너무 장황해서 듣는 사람이 피곤함 |
이런 특성 때문에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이 생기기도 하고, 종종 사회성 부족으로 오해받을 수 있어요.
꼭 자폐는 아니에요
화용언어장애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와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명확한 차이가 있어요.
자폐 아동은 일반적으로 반복적인 행동이나 제한된 관심사, 감각 예민성 등을 함께 보이는데,
화용언어장애는 그런 특성 없이 '대화의 맥락 이해'에만 어려움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최근에는 DSM-5 진단 기준에 'Social (Pragmatic) Communication Disorder'라는 별도의 이름으로 따로 구분되고 있어요.
이로 인해 자폐로 오진되던 많은 아이들이 보다 정확한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되었죠.
"그럼 말문이 트였으니 걱정 안 해도 되겠죠?"
이 질문을 많이들 하세요. 실제로 문장도 잘 만들고, 단어도 척척 사용하는 아이를 보면 ‘언어는 문제없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대화가 잘 이어지는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적절히 말하는가’와 같은 **‘언어 사용 능력’**이 중요한 포인트예요.
즉, 말은 잘해도 **‘상황 파악을 못 하는 말’**을 자주 한다면, 그건 화용언어 문제일 수 있어요.
가정에서 아이와 체크해볼 수 있는 질문 5가지 | |
아이가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말을 자주 하나요? | |
대화를 일방적으로 이끌거나, 자기 얘기만 하나요? | |
상대방의 표정이나 말투를 잘 파악하지 못하나요? | |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힘들어하나요? | |
농담, 비유, 빈정거림 등을 이해하지 못하나요? |
아래 질문 중 여러 개에 ‘그렇다’라고 답하신다면, 언어 전문가와의 상담을 고려해보세요.
아이의 대화에서 어색함이 느껴진다고 해서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화용언어는 훈련을 통해 충분히 향상될 수 있는 능력이에요. 중요한 건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개입을 시작하는 것’**이죠.앞으로 이어질 2부에서는 화용언어장애의 구체적인 특징과 자주 보이는 행동들을 더 자세히 소개해드릴게요.
우리 아이의 언어 발달, 조금 더 깊이 이해해볼 준비 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