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어머님,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발달장애 형제를 키우는 엄마 정명진입니다. 공대를 나왔고 영어강사로 일했었습니다. 아이들의 장애를 이해하면서, 아이들이 성인이 되는 걸 잘 준비하도록 돕기 위해 사회복지사와 학위를 받기도 했습니다. 남자 아이 둘을 키우는 에너지 많은 열혈 엄마입니다.
Q. 준겸이와 준후의 발달에 대해 인지하게 된 계기와 시기는 언제셨는지요?
준겸이는 첫돌 때부터 느리다는 걸 알고 대학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는데 그 땐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으나 두돌 때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발견되어 그 때부터 인지, 언어, 물리치료를 했습니다.
준후는 태어날 때 양안 모두 백내장으로 태어났습니다. 시신경과 뇌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추후 장애를 가질 수 있다는 걸 알려주셔서 첫돌 때부터 물리치료부터 시작했습니다.
Q. 준겸이가 다재다능합니다. 아이의 흥미와 재능을 어떻게 발견하고 지원, 격려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아낌 없이 지원하려고 했고, 그 안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통해 재능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준겸이 준후, 우리 아이들이 모두 장애인이지만, 일반 사람들에게 장애인으로 비춰지기 보다 취미가 있고 잘 하는 것이 있는 보통 사람으로 보여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준겸이는 엄마의 간절한 바램을 알기라도 하는 듯, 다양한 분야에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한자 5급 자격증, DIAT PPT 자격증을 고급점수로 취득하는 등 준겸이는 한번 몰두한 분야에 대해서는 좋은 성과를 낼 때까지 집중하고 결과를 얻었습니다.
예술 분야에서도 전국 장애인 미술 대회에서 여러 번 수상하고, 피아노, 드럼 등 음악적 재능으로 TV 출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Q. 일정 수준 이상 잘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좋아하기만 해서는 어려울 수 있을 텐데요.
맞는 말씀입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좋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금 더 잘하는 아이로 함께 손잡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아이가 즐기는 만큼만 하도록 해서는 안 되었습니다.
아이가 알아서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났다고 말씀드리면 더 멋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꼭 그렇지는 않았어요.
준겸이도 평범한 아이인지라 어느 순간에는 짜증도 내고 하기 싫어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저희같은 어른도 마찬가지잖아요? 좋아하는 것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만큼 잘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힘들 때도 있고 하기 싫을 때도 있죠. 아이에게도 그런 순간들이 꽤 찾아 왔습니다.
그럴 때 아이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세상에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 수는 없다고요. 네가 지금은 엄마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엄마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건 아니라고 솔직하게 털어 놓습니다.
또 조금만 참고 견디면 더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하며 다독입니다. 그러면 준겸이도 제 말을 조금씩 이해하는 것처럼 다시 자기가 해야 할 것들에 차츰 몰입하면서 실력이 향상되었고 좋은 결과를 얻곤 했습니다.
Q. 준겸이가 모델로도 활동했었죠.
준겸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이목구비가 뚜렷하여 간호사님들께 인기가 많았어요. 좀 더 컸을 때 마트에 가서 카트에 태우면 사람들이 모일 정도로 시선을 끄는 아이였죠. 그래서 장애를 가졌지만 못할 것도 없겠다 싶어서 도전해보게 되었어요.
준겸이는 초등학생 때부터 키즈 모델로 활동했으나 이름있는 모델은 아니었습니다. 안경, 의류, 모자 등 모델을 했었고 드라마 보조출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장애가 있다고 말하지 않았고 활동을 했다가, 1년 정도 지나서 자폐성 장애인의 날 아이의 장애를 오픈했는데, 공교롭게 그 시기에 맞물려 활동이 끊겼어요. 그 후에는 복지재단에서의 모델로만 활동을 했습니다.
중학교 진학 후에는 잠시 중단하고 학교 생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Q. 준겸이도 모델로 활동하는 것을 즐거워 했는지 궁금하네요.
당시에 아이도 즐거워 했고, 함께 촬영 가는 길에 설레어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카메라 슛 하면 딴 짓 하다가도 렌즈를 응시하며 포즈도 제법 잘 잡아서, 주변 어른들도 예뻐 해 주셨고 저희 모자에게 즐거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Q. 일반 아동 모델 활동에 비해, 장애인이라 좀 더 어려운 점이 있었을까요?
아무래도 상업적 촬영 현장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분명하기에 최대한 변수가 적어야 하는 데, 장애인이라면 조금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정 행동 때문에 촬영 시간이 지연 되는 것도 고려해야 하고요.
모델을 원하는 아이들은 많고, 일반 아이보다 준겸이가 월등한 실력을 가졌다고 판단할만한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그런 상황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Q. 양육에 대해 가족들이 어떻게 협업을 하시는지, 동생 준후가 바쁜 엄마와 형으로 인해 투정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맞아요. 촬영을 가려면 이동시간도 꽤 길고 대기 시간도 있어서 준후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시간이 꽤 있었습니다. 준겸이가 모델 활동할 때 준후는 활동 보조인 선생님이 계셨고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새벽에 오셔서 준후를 데려가서 봐주시고 촬영이 늦게 끝나는 날도 준후 식사까지 챙겨 주셨어요. 준후는 그 때 너무 어렸던 건지 기억이 잘 없는 것 같습니다.
Q. 준겸이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준겸이는 앞서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드럼 연주하는 것을 제일 좋아하고 잘해요. 최근에는 유튜브로 독특한 소리 듣기, 기차류 찾아보기, 아이돌이나 걸그룹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인펜으로 키릴문자, 히라가나, 알파벳을 적는 것도 좋아하고요.
Q. 가족들이 주말에 나들이도 많이 가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어디에 갈 때 신나 하나요?
코로나 전에 1년에 한번 씩 해외여행을 가서 자유롭게 놀 수 있게 했습니다. 둘 다 남자 아이들이다 보니, 국내에서도 워터파크가 있는 곳은 자주 다니며 활동적으로 놀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둘 다 물을 너무 좋아하는 데 수영은 못해요.
기차 타는 것을 좋아해서 일부러 아이들과 SRT, KTX, 지하철 등 다양하게 타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Q. 어머님은 준겸이와 준후가 어떤 어른으로 살아가길 원하시는지요?
도움 만을 받는 장애인이기 보다는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사회 규칙을 잘 지키는 어른이 되면 좋겠습니다. 준겸이와 준후 형제가 서로 사랑하고 의지하며 저희 부부가 세상에 없는 때에도 잘 지내기를 늘 바랍니다.
준겸이 엄마가 아닌 어머님이 갖는 꿈과 목표가 있으신지요.
질문을 받고 돌이켜 보니, 아이들이 분리 된 제 인생을 생각해 본 적이 많이 없네요. 앞으로 더 많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막연하게 꿈꾸고 있는 것이기는 합니다만,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인데, 장애인 복지에 관련된 일이 될 것 같습니다.
보시는 분들이 웃으실 지도 모르겠지만, 장애인에 관련된 일은 당사자나 부모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하기에 국회의원이 되어서 법 개정을 하고 싶기도 합니다. 이건 정말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제 이야기를 길게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