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고 밀도있게 소통해볼까요, 우리

by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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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에서 ABA 전문가로 전환해 인생 2막을 열어가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가 있습니다.

아이 둘을 육아 하며 커리어 전환 하게 된 계기와 과정, 가정에서 유아기에 꼭 엄마표로 가르치면 좋을 ABA 방법, 워킹맘으로써 일과 삶의 균형을 잡아가는 방법 등을 자세히 들어보았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두부홈즈(Dubu Homes), 두부키즈 (Dubu Kids)에서 ABA치료사로 일하고 있는 박수현입니다.

치료사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2010년부터 약 10년, 춘천MBC 아나운서로 일해 왔었어요. < 뉴스데스크>와 <정오의 희망곡>, <생방송 강원365> 등을 진행하며 시청자들과 소통해왔습니다.

학부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뒤, MBN 기자로, 전주MBC 아나운서로도 재직 했었고요. 대학 재학 시절부터도 <연세춘추> 학보사 기자, <조선일보> 문화부 인턴기자로 활동했던 걸 고려한다면 언론인으로서 약 15년 정도의 세월을 지내온 셈이네요.

 

 

Q. 참 많이 들으셨을텐데요, 언론인에서 ABA 교육 전문가로 커리어 전환을 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아나운서로서의 삶, 그 이후 미국에서 석사 유학을 하면서 첫째 아이를 출산했어요. 한창 미국에서 코로나가 심각하던 시절에 임신과 출산, 육아를 이어가다 보니 자연스레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아이의 언어 발달과 사회성 발달에 관한 고민을 이어가게 되더라고요.

성장발달에 대한 관심을 제 아이에게만 두지 않고 ‘전문성’으로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꽤 오랜 시간 방송을 해왔고 커뮤니케이션 석사 전공을 한 만큼 제가 가지고 있는 커뮤니케이터로서의 능력을 아이들의 성장발달 분야와 같이 접목시켜보고 싶었거든요. 그 때 우연히 ‘ABA’라는 분야를 알게 됐어요.

 

 

Q. ABA에 대해 생소한 분들을 위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ABA는 풀어 이야기하자면, Applied Behavior Analysis, 응용행동분석이라는 학문이에요. ABA에서는 실제 내가 속한 조직, 사회 안에서 생활해 나가는 데 꼭 필요한 적응 행동을 잘 발휘해낼 수 있도록 목표로 설정한 행동들을 잘게 쪼개 가르치거나 촉구를 주면서 강화해 나가는 절차를 활용해요.

과거 영유아기 자폐스펙트럼 장애 증상이 있는 아동들에게 ABA치료를 집중 지원했을 때 현저한 중재효과가 있었던 연구결과가 알려지면서 ABA 치료가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됐는데요, 맥락과 상황에 맞지 않게 도전적 행동을 하는 아동이 있다면 그 행동의 기능을 파악해 소거해 나가기도 하고 차별강화를 통해 긍정적인 행동을 강화해 나가는 지원전략을 취합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철저히 관찰, 기록해 나가면서 근거에 기반해 아이의 성장발달 수준을 기록하고 진전 사항을 판단하게 되고요. 아이의 성장발달을 단순히 전문가의 구두 조언이나 감에 의존해 가늠하지 않고 과학적 근거기반치료로 풀어간다는 데 큰 매력을 느꼈어요.

 

 

Q. 지금 직업에 사명감을 갖게 한 데 가족들의 영향이 컸다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궁금합니다.

 

제게 ABA의 세계를 가장 먼저 알려준 사람은 다름아닌 제 남편이었어요. 남편은 현재 미국 보스턴 대학교 (Boston University), Mental Health Counseling & Behavior Medicine 파트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세부전공은 다르지만 석사 시절, ABA 인턴을 했던 적이 있다고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거든요.

결혼 초기에는 가볍게 흘려 들었는데, 제가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다 보니 응용행동분석의 시선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것에 점점 더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본격적으로 ABA 전문가가 되어야 겠다고 결심한 뒤로 실제로 남편에게 미국에서의 임상사례에 대해 많이 물어보기도 하고 관련된 심리상담 사례나 주변 동료교수진들의 연구에 대해서도 같이 캐주얼한 토론을 벌일 때가 많아요.

더불어 저희 친정 어머니께서 제가 어릴 때부터 30년 가까운 세월 어린이집을 운영해 오셨어요. 유아교육의 현장에서 뛰시는 모습을 늘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보니 아동가족학을 비롯해 특수교육에 대한 관심도 늘 제 안에 머물러 있었던 것 같아요. 이처럼 여러 가지 점들이 촘촘히 맞닿아 결국 제가 ABA의 세계에 들어오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Q. ABA 전문가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와 노력들을 기울이셨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응용행동분석전문가 협회에서 ABAS 1급 과정을 시작했던 것부터가 전문가가 되기 위해 내디뎠던 첫걸음이었어요. ABA에 입문하려던 시절, 한상민 교수님의 저서를 읽고 크게 감화를 받았고 꼭 교수님이 운영하시는 프로그램 안에서 전문가로 성장해 나가고 싶었거든요.

당시 둘째 아이 임신 중에 코스 워크를 시작하게 돼 출산예정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교대에서 기말고사를 치르기도 했었어요. 시험장에서 갑자기 출산에 대한 신호가 오면 어쩌나 조마조마하며 시험준비를 했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영유아 애둘 육아를 함께하면서 코스워크를 마치려다보니 물리적인 시간이 너무 없어서 뜬눈으로 밤새워 이를 악물고 공부하곤 했어요.

이외에도 1,500시간의 임상수련​을 해야하는데요, 제 경우 중간에 출산도 해야했고 육아도 계속 이어 가야 했다 보니 함께 코스워크를 수료하신 분들에 비해서는 정말 천천히 수련시간을 채워나가야 했었거든요. 마침내 막연하게 느껴졌던 수련시간을 훌쩍 넘기는 경험을 쌓게 되어서 뿌듯했습니다.

제가 행동중재를 일관성 있게 잘 해나가고 있는지 수퍼바이저를 통해 수퍼비전을 받는 것도 필수입니다. 제 경우 수련 초기부터 지금까지 너무나 믿음직스러운 능력을 갖춘 수퍼바이저와 함께 같은 공간에서 일해오고 있어 영광이고 감사하고 있답니다.

 

 

Q. 현재 하고 계신 ABA 전문가로써의 활동들을 소개해 주세요.  

 

현재 온라인 환경에서 다수의 아동과 부모님을 만나오고 있어요. 다소 천천히 자라는 친구들을 매주 정기적으로 70분씩 만나면서 성장발달을 이끌 포인트를 찾아 ABA 개별치료를 진행하고 있고요.

무엇보다 최근에는 양육자님들을 만나 아이의 ‘도전적 행동’​에 대한 온라인 부모코칭을 진행해가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치료사로 활동하면서 센터 치료실 안에서 40분, 60분 ABA를 진행하는 것만으로는 아이의 긍정적 행동의 비중을 끌어올리고 도전적행동을 다뤄나가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느꼈거든요.

결국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아이를 잘 아는 부모님께서 아이의 일상 속 행동을 현명하게 중재해 나가실 수 있도록 그 역할을 그림자처럼 지원하고 체계적으로 돕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러한 시스템에서 역할을 맡을 수 있어 보람을 느낍니다.

치료와 코칭 외에도 양육자들을 위한 이벤트, 성장토크 콘서트에서도 진행자로 나서기도 합니다. 유튜브 채널에서 ABA치료사와 언어재활사가 함께하는 토크 콘텐츠를 진행해오기도 했고요. 아나운서로서 활동해왔던 오랜 전문성을 저의 새로운 제2막과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이라서 매우 감사하며 활동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다면 치료사일 뿐 아니라, 다양한 매체에서 ‘성장발달’ 콘텐츠 제작 진행을 꾸준히 맡아보고 싶습니다.

 

 

Q. 아나운서와 ABA전문가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방송도, ABA도 결국에는 ‘함께 걷는 소통’이라는 데 답이 있는 것 같아요. 아나운서 시절, 수년간 매일 <정오의 희망곡>을 생방송으로 진행했었는데요, 당시 함께 마음을 나누며 이야기하고 음악으로 소통했던 게 진행자로서 제게도 참 행복한 루틴이었거든요.

지금까지도 제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당시의 마음을 전해주시는 청취자분들이 계신 걸 보면 방송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따뜻했다’고 느낀 건 저만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ABA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제가 몸담고 있는 플랫폼에서 아이들과 부모님들과 소통해 나가는 시간은 그 때나 지금이나 따뜻하다고, 아니 더 뜨겁다고 느끼거든요. 오히려 ‘천천히 자라는 아이’에 대한 고민과 걱정을 듬뿍 담아오시는 분들과 더 밀도 있는 상담, 중재를 이어갈 수 있어 브로드캐스팅 (Broadcasting), 그 이상의 의미있는 내로캐스팅 (Narrow-casting)​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차이’라고 한다면 방송할 때에 비해 조금 더 유연해지고 푸근해진 마음가짐이랄까요? 아나운서 시절엔 늘 시간에 쫓겨야 했고 긴장되고 절제된 삶을 살아가는 데 길들여져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엄마 치료사’의 삶을 살면서 수많은 변수를 끌어안고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는 능력이 업그레이드된 것 같습니다.

늘 하이힐 신고 원피스만 입고 또각또각 출근했던 10년 전과 달리, 탄탄한 운동화를 장착해 신고 아이들과 최대한 뒹굴 수 있는 편안한 복장을 선호하게 된 것도 예전과 큰 차이일 수 있겠네요.

 

 

Q. 유아기에 꼭 엄마표로 가르치면 좋을 ABA 교육법이 있다면 소개 부탁 드립니다.

 

 

흔히 ABA의 꽃이 ‘강화 (Reinforcement)’라고들 말합니다. 그만큼 아이가 아주 작은 시도를 했을 때도 크게 칭찬해주고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활동이나 장난감으로 보상을 해주는 게 일반적인 육아에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사실 잘 관찰해보면 아이가 ‘잘한 일’이 있어도 생각보다 칭찬과 같은 강화를 해주지 않을 때가 많거든요. 잘했을 때 강화해주기보다는 흔히 잘하지 못했을 때, 특정 맥락과 관계없는 행동을 하려할 때 ‘혼내기’에만 집중하게 되죠.

“엄마가 하지 말랬지, 하지마”라는 말을 무수히 반복하는 거예요. 잘하지 못했을 때 ‘화’나 ‘벌’로 대응하기 이전에 긍정적인 행동을 했을 때 재빨리 강화해주면서 ‘행복한 반응’을 쌓아주는 빈도를 늘리는 데 집중​만 해보셔도 육아일상이 크게 달라지실 거라고 믿어요.

더불어​ ‘기다리기’, ‘차례 지키기’는 일상 속에서 ABA로 접근해 연습해보기​에도 좋습니다. 저도 남매를 키우고 있다보니, 틈틈이 ‘서로 먼저하겠다’고 난리나는 풍경들이 연출되거든요. 처음부터 막연히 5분 기다리고 먼저 양보해야하는 미션들은 아이 입장에서 다소 황당하기도 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을 거예요.

초반엔 1초, 3초, 5초 차츰 늘려가면서 조금 기다리려는 노력만 해도 즉각적인 보상을 해주시면 어떨까요? 아이 스스로 엄마 아빠의 지시에 협조하면 ‘좋은 일이 생기는구나’를 느끼면서 긍정적인 행동을 늘려갈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Q. 자식을 가르치는 일 만큼 힘든 일이 없죠. 엄마표 ABA를 할 때 엄마의 마음가짐이나 주의 사항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 곁에 늘 함께하는 동반자들이 곳곳에 존재한다는 걸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처음부터 모든 걸 엄마표, 아빠표로 하기엔 막막하고 답답할 수밖에 없거든요.

양육자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책을 사서 직접 엄마표로 해보겠다’고 결심을 하셨어도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실제 ‘적용’이 너무 어렵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떤 타이밍에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실전이 너무 모호한 거죠. 엄마표 아빠표 치료를 도울 수 있는 전문가 코칭도 많이 늘어나고 있으니 그 시작이 어려울 땐 꼭 과감히 ‘도움받을 수 있는 공간’에 문을 두드려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꼭 코칭이 아니어도 느린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과의 양육자 수다나 성장토크콘서트와 같은 부드러운 분위기의 이벤트에도 자주 참여 해보시기를 추천해요. 특히 아이의 발달지연이나 언어지연, 도전적 행동 앞에서 엄마 아빠는 아무래도 늘 경직되고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데요, 그런 긴장과 불안을 유연하게 풀어내는 기회가 부모님께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아직 영유아인 두 남매의 엄마로 일과 삶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 나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다른 어머님, 아버님들과 마찬가지로 새벽부터 등원전쟁과 하원 후 난리통을 겪는 엄마 중 한 사림이랍니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등원해서 하원하기까지의 시간을 집중적으로 활용해 일하고, 추가 업무가 있을 땐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 심야시간대에 일을 하고 있어요.

일과 육아, 스위치 온오프를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하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일할 때는 방송 ON AIR 사인이 들어올 때처럼 집약적으로 치료와 코칭에 집중하고, 아이들과 있을 때는 업무 스위치는 과감히 오프해두는 거죠. 아이들과의 상호작용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요. 사실, 이렇게 이야기하면서도 워낙 육아변수가 많은 애 둘 워킹맘의 삶이라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도 힘들 때도 있습니다.

다행히 제가 몸담고 있는 회사가 제가 육퇴후, 야밤에 업무를 해도 늘 유연하게 이해해주시고 워킹맘의 편의를 배려해주시는 분위기라서 걱정 한 뼘 덜고 일하고 있습니다.

 

 

Q. ABA전문가로서 꿈과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십여  년 간 아나운서로 활약해왔던 만큼 어떤 치료사보다도 양육자 분들의 진심을 꿰뚫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뜨겁고 밀도 있는 소통’에서만큼은 자신이 있다고 생각해요. 느린 아이를 키워내는 부모님들과 뜨겁게 소통하되, 그 과정을 재치 있게 끌어가는 ABA전문가로 성장해가고 싶습니다.

성장 토크 콘서트에서 진행자로 ‘천천히 자라는 아이를 키워간다는 것’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왔듯이, 앞으로도 방송 및 뉴미디어 플랫폼 안에서 성장콘텐츠의 제작 진행에 꾸준히 기여해 나가고 싶습니다.

학부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만큼 늘 제가 몸담고 있는 분야와 이야기들에 대해 ‘저서’로 풀어가고 싶다는 꿈은 늘 품어왔는데요, 틈틈이 칼럼 기고를 비롯해 저만의 책을 풀어가는 노력도 해 나가보려고 합니다.

물론 이 모든 건 ABA전문가로서 현장에서 실전을 게을리하지 않는 데서 탄탄한 밑 바탕을 일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남매 키우는 엄마 치료사, ‘ABA하는 아나운서’의 행보, 앞으로도 응원해주시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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