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속도로 뚜벅 뚜벅 걷도록 도와주세요
- 의사 선생님이 내린 진단만 신뢰하고 치료 진행
- 입학 전, 화장실 사용하기 등 기본 생활 습관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야
- 저학년 때는 소근육 운동, 자신감 갖기, 규칙 지키기 중점
- 고학년 때는 독립적 인격체 인식, 예습으로 불안감 줄이기 노력
- 아이 양육은 장기전, 지나친 몰입을 줄이려면 엄마의 인생 계획과 커리어 필요
- 엄마로써 꿈은 내 삶을 멋지게 사는 엄마 따뜻한 둥지같은 엄마가 되는 것
- 선생님으로써 꿈은 모든 아이가 존중 받고 자신만의 방향과 속도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
Q. 안녕하세요? 그린님,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학교 5학년, 1학년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이자 초등 교사입니다. 나이는 40대 초반이에요.
저희 큰 아이는 7세에 경계성, 8세 이후에는 평균 하(윕시 87)로 지능 검사에서 정상 범주에 들어왔습니다. 지금은 5학년에 올라가요. 다만, 조음과 언어 발달이 여전히 느려 대학 병원에서 언어 장애 진단을 받았어요.
그러나, 장애 등록은 하지 않았습니다. 사회성도 좀 느리지만 큰 문제는 없었고, 과잉 행동 또는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지 않았습니다.
Q. 엄마들이 아이에 대한 걱정을 주변과 상의하면 ‘예민하다’는 피드백을 받기 일쑤입니다. 집 근처 센터에 가면 검사 결과가 정확할 지도 걱정, 대학 병원은 대기 기간이 길어서 걱정인데요, 센터나 병원을 선택한 기준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진료 받던 대학 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님이 계셨기에 10개월에 소아과에서 의뢰를 받은 이후 지속적으로 대학 병원 진료도 병행하였습니다. 센터 검사 결과는 신뢰할 만하다고 보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한 서류가 필요할 때만 활용하고 전적으로 대학 병원에 소속된 임상 심리 및 언어 치료사로부터 검사를 받은 결과를 토대로 의사가 내린 진단만 신뢰하고 치료를 세팅했어요.
물론 기초 치료 세팅 이후에는 지역의 센터를 두루 둘러보고 가장 관리가 체계적으로 되고 있는 센터를 선택하고 일정을 세팅하였습니다. 주차나 교통 편 등 장기적으로 다닐 수 있는지도 살펴보았습니다. 감각 통합과 언어 치료(그룹)를 염두에 두고 항상 피드백을 유심히 들었어요. 놀이 치료도 병행 했구요.
마지막으로 언어 치료를 해 주신 선생님은 석사 학위가 있으셨는데 비용이 좀 더 들었지만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병원은 지방(청주)에서 다녔어요. 자폐 스펙트럼은 아니었고 치료 또한 장기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까이에서 꾸준히 모니터링 하였습니다.
Q. 1학년 초등학교 입학 전 느린 아이들이 미리 해 두면 좋을 가정 활동들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1학년 입학 전에는 아주 기본적인 생활 습관 형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유치원 또는 어린이집은 보육과 놀이 위주이고 선생님이 볼일 처리 등을 도와주시기도 하지만, 초등학교는 기본 생활 습관의 독립적인 수행을 전제로 한 곳입니다. 화장실 사용하기(휴지를 접어서 뒷처리 하기), 숟가락으로 밥 먹기, 스스로 외투와 신발을 바르게 착용하기, 스스로 가방 메기, 우산 펴고 접기 등은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만약 특수교육 대상자 혹은 장애 등록을 하였다면 특수 교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선생님이 한걸음 물러서 도와줄 수 있을 뿐이지, 지속적으로 대신 해주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교육 과정을 통한 교육적 행위가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지요.
특수교육대상자로 사전 등록을 하셨다면 입학 전에 통합반 선생님께서 사전 방문을 할 수 있도록 연락을 주실 것입니다. 그럼 교실에 찾아 들어가는 것을 한번 연습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색연필 뚜껑 열고 사용 후 제자리에 꽂기, 간단한 종이 접기, 가위 풀 사용해보기 등 학생들이 준비하는 학용품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오히려 글을 읽고 쓰기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정상 발달 아이들도 느린 아이들 모두 아직 글 읽고 쓰기, 셈하기는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Q. 느린 아이가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입학하면 주 양육자가 가정에서 아이를 위해 좀 더 지원해줘야 할 점들이 있을까요?
아이의 상황을 잘 들여다보시고, 받아들이신 후 담임 선생님께 솔직하게 이야기 드리는 것이 제일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느린 아이들이 낯선 환경에서 경험하게 될 것들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모든 상황을 미리 대비하기는 어렵기에, 가능한 만큼 준비 하시되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시면 좋습니다.
다만, 학기 초에 이루어지는 개별화교육계획회의와 정기 상담 등에는 꼭 직접 참여하셔서 선생님과 특수 선생님의 조언에도 귀 기울여 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보조선생님 신청도 적극적으로 하시면 아이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1학년 아이들은 편견이 없기에, 도움을 받는 친구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적습니다. 오히려 과한 행동 또는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행동을 하는 친구라고 생각되면 무서워합니다.
더불어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상담을 요청하셔서 아이들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선생님이 파악하고 계시는 객관적인 상황을 확인하시는 것이 서로의 오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꼭 알고 싶으신 부분에 대한 질문은 사전에 준비해서 보내어 드리면 선생님께도 도움이 됩니다.
Q.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초등학교에 특교자로 입학하면 일반 친구들 과의 관계나 소통이 가장 신경 쓰이는 점 중 하나 인 것 같습니다. 엄마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어린 아이들이기에 특별히 괴롭히거나 하지 않는 이상 아직 친구 관계로 인해 큰 아이들처럼 민감하지는 않은 듯합니다. 친한 친구가 없다는 데 저도 적잖이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혼자만의 속도로 뚜벅뚜벅 걸을 수 있도록 기다려주세요. 그리고 선하고 성실한 태도로 최선을 다하는 태도를 보이는 느린 아이를 함부로 대하는 친구는 많지 않습니다. 친한 친구가 별로 없더라도 그런 정상 아이들이 많으니 너무 마음 아프게 생각하지 마시고 아이를 믿어주세요.
저는 아이에게 “내가 눈이 잘 안보여서 맨 앞에 서야 해.’ ‘도와줘서 고마워.’ ‘이건 스스로 할 수 있어.’ 등과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알려줍니다. 어쩔 수 없이 도움을 많이 받게 될 텐데, 그걸 당연히 여기기 보다는 스스로 할 수 없는 부분은 감사한 마음으로 도움을 받고,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또 도와줄 수 있도록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준비물을 넉넉히 가지고 가고 싶으면 그리하라고 합니다. 간혹 연필이나 가위 등을 가져오지 않은 친구들에게 빌려주기도 한다 하더라구요.
Q. 학교 선생님의 관점에서 입학 후 저학년(1~3학년), 고학년(4~6학년)에 따라 느린 아이들에게 가정에서 신경 써서 지도해주면 좋을 점들이 있을까요?
저학년 때는 아무래도 소 근육 운동, 규칙 지키기, 자신감 가지기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부여하고자 노력했고 무임승차보다는 할 수 있는 만큼 참여하고 기여하는 기쁨을 느껴 보길 바랬습니다.
받아쓰기 연습도 하고, 바깥에서 뛰어놀고, 또 학교에서 충족되지 않는 이겨보는 경험을 집에서 할 수 있도록 보드 게임을 많이 져줬습니다. 언어 치료도 계속 병행했고 어릴 때부터 하던 감각통합치료는 집 가까이에 있는 합기도, 피아노 학원으로 변경하였습니다.
고학년 때는 저와는 별개인 한 사람으로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사실 아이가 그렇게 자라나더라구요. 4학년 여름방학부터는 언어 치료를 중단하고 피아노 학원, 기초독서학원, 영어학원 등을 혼자 다닐 수 있도록 스케줄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준과 흥미에 맞는 곳을 찾느라 저희 동네 학원에서 많은 상담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가정에서는 태블릿으로 하는 학습지, 그리고 문제집으로 풀기 등을 하였습니다. 더불어 학년 공통으로 저는 아이의 학교 교과서를 집에도 한 세트 씩 사전에 마련해서 방학 때 다음 학기 교과서를 미리 살펴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3학년 이후에는 집에서 어려운 부분은 미리 예습하고, 방학마다 복습할 수 있도록 아빠와 함께 노력하였습니다. 아이가 원하면 현장 학습 장소 등을 미리 다녀와서 긴장을 낮추어 준 적도 여러 번 있습니다.
Q. 엄마들은 학교 선생님과의 소통을 참 어려워 합니다. 선생님과 학기 초, 그리고 생활하면서 어떻게 소통하는 것이 필요할까요? 초등학교 선생님 관점에서 학부모님들에게 이렇게 소통하기를 원하는 바를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솔직하게 공유하시길 희망합니다. 저도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이고, 집에 와서 하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께 연락 드려 보면, 일의 전후 사정을 알아보신 후 말씀하시는 내용은 아이의 말과 다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담백하고 간결하게 문자(혹은 대화로)로 대화하시길 추천 드립니다. 자칫 글로 너무 길게 상황을 쓰실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상담 요청을 통한 전화가 더 도움이 됩니다. 학기 초 학생 조사서에 중요한 부분을 꼭 기재하시고, 상담기간과 개별화교육회의, 공개 수업 등에 꼭 참여하셔서 아이를 잘 살펴보세요. 그리고 가정에서 준비하거나 필요한 점이 있으면 편히 말씀 달라고 이야기 드려 놓으면, 선생님도 아이를 위해 필요한 점들을 어머님께 이야기하시기 좋을 것 같습니다.
Q. 느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아이의 진단과 함께 본인의 커리어를 쉽게 포기합니다. 특히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는 시기가 되면 더욱 퇴사를 고민하게 되는데요, 학령기 느린 아이를 둔 엄마들이 일과 가정을 슬기롭게 가져가는 노하우나, 경험담을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조기 개입과 치료 그리고 보살핌이 필요하니 과감히 올인 하더라도 학령기가 시작되면 그 친구들도 조금씩 스스로를 찾아 작은 일이라도 할 수 있도록 해 보셔요. 느린 아이는 장기전이라고 생각하고, 또 집에만 있다 보면 아이에게 지나치게 몰입할 때가 있기에 가능하면 작은 것이라도 일을 꼭 병행하시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교육공무원이기에 큰 아이와 작은 아이로 5년 휴직, 그리고 대학원까지 다니며 큰 아이 입학 이후 복직을 하였습니다. 휴직을 떠나서 주말이나 저녁에 어렵게 유지한 대학원은 제게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일을 하면서 정말 힘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강제로 라도 아이에 대한 지나친 몰입을 차단해 주어서 제 숨쉴 곳이 되어 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저도 성장 하였구요. 아이는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자라났습니다.
느린 아이도 어린이집에 보내고 학교에 보냅니다. 그 시간 만큼이라도 엄마도 엄마 아닌 사회인으로서, 또는 학생으로서, 또는 성장하는 한 사람으로서 지낼 수 있는 시간을 확보 하시도록 추천 드리고 싶어요. 너무 많은 치료는 조금 줄이고, 장기적으로 바라보세요. 우리 가정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싶은 지 생각해 보시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요? (다만, 건강 조심하세요^^ 소소한 면역 질환이 생겼네요.)
Q. 앞으로의 엄마로써, 선생님으로써 또는 한 개인으로써 꿈이 있다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지나고 보니, 느린 아이를 키우면서 영혼이 산산조각이 나는 것 같은 경험도 했고 생각보다 아이가 밝게 자라는 모습을 보며 기특하고 고맙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감정을 겪으며 선생님으로서는 좀 더 학생과 학부모님을 넓게 이해하게 되었다고 생각이 드네요.
제 꿈은 ‘내 삶을 사는 멋진 엄마, 따뜻한 둥지 같은 엄마’ 입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공부도 진행하고 있고, 저부터 느린 아이에서 그냥 내 아이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도 많이 합니다. 교사로서의 제 삶도 결국은 가족을 위한 삶의 확장입니다. 학교 현장에서는 생각보다 다양한 아이들이 들어옵니다.
느린 아이들이 정상 발달 아이들에게 받는 도움도 많지만, 정상 발달 아이들도 느린 아이와 함께하며 배려와 삶에 대한 관점의 확장 등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다양한 학생들이 한 사람 한 사람으로 존중 받고,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교실과 학교를 만들어가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인터뷰 대상자: 그린 님
초등학교 5학년, 1학년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이자 초등 교사입니다.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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