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진심이 모여, 경계를 허물 때까지

by 신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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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학습자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은 학교와 사회, 그리고 가정 안에서 조차 당사자를 사회적으로 고립시킵니다.

마치 아이의 어려움이 곧 엄마의 잘못으로 인식되고 때로는 태도의 문제, 가정교육의 문제로 불거지기도 합니다.

가장 외롭고 고독했을 당사자와 양육자의 어려움을 돌봄과 교육으로 함께 나누고,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느린학습자 부모회 하랑의 신순옥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

 

 

Q.안녕하세요?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느린학습자 남매를 양육하는 엄마이자, 구로구 느린학습자부모회 하랑과 함께하랑 사회적협동조합을 하랑 공동체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신순옥이라고 합니다. ​

 


Q. 어떻게 하랑 활동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결혼 후 불임으로 어려움을 겪고, 예쁜 남매가 태어나면서 양육에만 온전히 집중했었어요. 두 돌 즈음 아이가 발달에 다름을 알게 되었고, 여섯 살에 단순 발달지연이 아니라는 것을 느린학습자 부모교육을 접하며 알게 되었습니다.

내 아이의 친구를 만들어 주기 위해, 타 지역에서 느린학습자 프로그램 활동을 하다가, 구로구에서 한 명, 두 명 친구를 모아 지금의 하랑을 만들었습니다.

2019년에 구로구에서 모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처음엔 치료실 친구들, 구로구 특수교육대상자 중 느린학습자 친구들을 삼삼오오 모아 시작했습니다.

놀이체육, 연극수업 강사님을 초빙해서 수업을 하면서 자연히 대표도 되고 하랑을 리드하게 되었습니다. 23년부터는 하랑에 고문을 역임하고 있고, 현재는 함께 하랑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

 


Q. 하랑 설립과 운영 과정이 궁금합니다.

 

2019년 자조모임으로 시작했습니다. 2021년 임의단체 느린학습자 부모회 하랑으로 사회적 소외와 배제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느린학습자와 그 가족을 지원했습니다. 그 부모님들의 자발적인 사회적 활동을 통해 지역 사회 안에서 느린학습자의 생애주기별 어려움에 대한 통합지원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시민사회와 함께 만들어 갔습니다.

2023년에는 함께하랑 사회적협동조합이 탄생했고, 우리 아이들의 오늘과 내일을 위한 디딤돌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학습과 정서, 사회적 맞춤 교육서비스 지원과 청년진입을 준비해 나갈 수 있는 기관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

 


Q. 하랑을 이끌어 오시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과 어려운 순간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느린학습자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은 학교와 사회, 그리고 가정 안에서 조차 당사자를 사회적으로 '고립시킨다'는 겁니다.

유교적인 우리 문화 속엔 아이의 어려움이 곧 엄마의 잘못으로 인식되고 때로는 태도의 문제, 가정교육의 문제까지 불거지게 됩니다. 이런 낙인 찍힌 삶으로 가장 외롭고 고독했을 당사자와 양육자의 어려움은 실로 이루 말로 다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자조모임을 통해 '나만 힘들었던 것이 아니었구나!', '나처럼 힘든 부모들이 있었구나!' 하는 공감하는 정서적 지원 체계가 만들어졌다는 것과 그 안에서 동질감을 느끼며 '외롭지 않았다'라는 위로가 되는 공동체로 더욱 단단해 질 때 기쁨을 느꼈습니다.

누구나 처음 모임에 오면 '내 아이'만 생각합니다. 차츰 자조모임을 하면서 '내' 아이가  '우리의' 아이들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발견하고 가정에서는 아빠 엄마의 변화가 보여지고 '느린학습자 가정이 이렇게 변화할 수 있구나!' 하고 희망을 느끼는 가족들이 늘어갈 때​ 보람을 크게 느낍니다.

하랑에서는 아이들이 이전에는 할 수 없었던,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경험들, 함께 했던 운동과 캠핑 등 소중한 인생 경험을 합니다. 양육자에게만 소중한 공간이 아닌, 아이들에게도 소중한 추억이 되는 곳이라는 것에도 보람을 느꼈고, 양육자의 정서 지원체계 뿐 아니라, 느린학습자 아이들에게도 정서적 든든한 울타리가 되었다는 것에 '하랑'의 소속감에 자부심​을 느끼곤 합니다.

 


Q. 반대로 어려웠던 순간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어려웠던 순간들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 인식'들입니다.

자녀의 정확한 진단과 개입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 각기 다른 양육 방식들, 지자체의 느린학습자 정의의 모호함과 '경계선지능'이라는 아이큐 지능 지수의 기준만 고수하고, 지능의 구간 중 경계의 또 경계에 있는 사람까지 아우르지 못하는 행정들, 지역과 지역을 구분 짓는 지역사회 지원책 등이 있을 겁니다.

제동이 걸리는 문제들이 산적하지만, 하랑은 그러한 다양함 까지도 포용하기로 했습니다. 모임 명에서부터 지역 명을 빼고, 전국 어디서든 누구나, 온라인에서는 외국, 국내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정보를 교류하고 선배들의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Q. 현재 하랑의 핵심 프로젝트가 궁금합니다.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가장 염려가 되는 것은 전환기별 맞춤형 프로그램 지원입니다. 개별적 특성을 고려한 대인관계 형성에 필요한 보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이 주 사업입니다.

향후 우리 아이들의 진로탐색, 경험과 체험 등과 같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파일럿 프로젝트 등을 개발하고 청년 진입에 필요한 매뉴얼을 만드는 단계를 밟고 있습니다. ​

 


Q. 하랑에서 아이들과 부모님들과 함께한 대표적인 프로젝트나 활동이 궁금합니다.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됩니다. 교육프로그램, 네트워킹과 협력, 가족 통합 지원, 돌봄 공동체 배움터가 있습니다.

우선 하랑의 교육프로그램은 느린 학습자를 위한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자녀들의 학습과 사회성을 지원하는 활동을 합니다. 문해력, 정서지원을 위한 연극심리, 보드게임 등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운영되며, 필요에 따른 맞춤형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구로구 느린학습자 의제실천 네트워크 모임을 4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역에 유관기관과 시민사회 활동가들, 당사자 양육자들이 모여 지원체계를 논의하는 장으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부모님의 교육과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또 그 속에서 지역 조례를 함께 연구합니다.

구로구에서 느린학습자 연구 용역을 통해 지역 조례가 제정 되기도 했습니다. 지역 총선에서 협약을 하고 현재 구로구청장 공약으로 2025년에 느린학습자 지원센터 설치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매년 6천만원의 느린학습자 지원사업이 운영되고 있으며, 그 사업의 일환으로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프로그램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매월 '하랑데이'에는 느린학습자 가정들이 함께하는 활동으로 안전을 우려하여, 100명 한정 온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벤트 행사로 즐거운 추억을 쌓으며 가족통합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돌봄공동체 배움터 느루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4호점까지 마련되었으며, 돌봄공동체 활동으로 평일 방과후 프로그램과 자기주도학습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활동으로 전인적인 성장을 돕습니다. ​

 


Q. 돌봄 공동체 느루온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소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느루온은 돌봄 공동체의 ​공동 운영 방식이기에 아이와 부모, 그리고 양육자님의 주적인 의사와 그 안에서 운영체계를 만들어가며, 배움터 내규에 의한 절차 운영방식에 따릅니다.

주 2회 부모와 아이가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한지, 리더와 관리자가 있지만, 모두 함께 분업 형태로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지점 개설에 있어서도 하랑 회원들이 특정 지역에 느린학습자 그리고 ADHD 등의 인지적, 정서적, 사회적 어려움이 있는 이들 가정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하랑의 집행부와 배움터 협의체들과 함께 운영에 관련한 소통을 하면 됩니다.​

 


Q. 발달장애 관계자들에게 또는 대중들에게 하랑이 어떻게 비춰 지기를 희망하시나요?

 

희망과 긍정의 상징으로 비춰 지기를 바랍니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녀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희망을 가지고 노력하는 부모들의 모습으로 인식되기를 바랍니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적 문화를 형성하고 지속적인 지원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느린학습자와 가족들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도록 돕는데 힘쓰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

 


Q. 하랑과 함께하랑 사회적협동조합이 어떤 가치로 성장하기를 희망하시는지요?

 

포용과 이해, 지식과 정보공유, 존엄성과 효능감, 사회적 연대와 협력, 성장과 발전, 이 다섯가지 가치가 조화를 이루며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느린학습자의 가정이 서로 포용하고 이해하는 문화를 조성하며 함께 지원하고 격려하는 데 중점을 두면 좋겠습니다.

양육자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효과적인 지원을 모색하고 이를 통해 서로의 지식을 보완하고 더 나은 교육환경을 조성하면 좋겠습니다. 당사자와 양육자들의 자기 존중과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것과 자신의 역할과 능력을 인정하고 자녀의 성장과 발전에 대한 자신감을 향상하는 데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양육자들의 사회적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고 다양한 지원 그룹들의 협력으로 느린학습자를 위한 보다 효과적인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면 좋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의 행복한 성장과 건강한 발전을 위해, 양육자는 느린학습자의 능력과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과 그들이 꿈과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

 


Q. 대표님의 최종적인 인생 꿈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저의 인생 스승은 사랑하는 저의 남매​들입니다. 이해할 수 없었고 자책했으며 불행하다고 생각했고, 끝이 없는 터널을 지나는 막막한 삶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불안해하는 엄마를 바라보며 더 힘들어 했을 아이들을 보며, '나'부터 변해야 하고 우리 아이들을 둘러싼 환경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느린학습자를 양육하는 부모로서 인생의 최종적인 꿈과 목표는 아이들의 행복과 느리지만 성장하고 발전하도록 멈추지 않는 지원과 독려, 기여​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통해 나의 아이와 우리의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가장 큰 성취감을 느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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