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의 즐거움

by 정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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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어머님 간단히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자폐성장애를 가진 12년생 아들과 비장애 10년생 딸을 키우며 바쁘게 살고 있는 워킹맘 입니다.​


Q. 블로그에 완준이 이야기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꾸준히 기록을 남기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완준이가 어릴 때는 온라인 부모회 활동을 하면서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지방에 살다보니 정보도 부족하고 교육기관도 적다 보니 답답한 부분이 많았는데, 온라인 부모회 활동을 통해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방향성을 찾고 여러 부모님들과 소통을 하며 부모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아쉽게도 완준이 연령이 올라갈수록 아쉽게도 비슷한 또래 부모님들의 활동이 줄어 들더라구요.

그래서 저희집과 같이 발달장애를 가진 가족들이 많이 계실 것 같은데 다른 분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완준이와 같은 상황의 아이들은 어떻게 일상을 살아가고 있을까? 이런 궁금증들이 점점 커져가게 되었어요.

이런 생각 끝에 완준이의 일상을 공유하다보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발달장애 가족분들과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Q. 누나와 완준이는 친한가요?

 

저희집 남매는 매일 찌지고 볶는, 서로 잘못한 거 일러주고 경쟁하기 바쁜 지극히 현실 남매 입니다.

저두 어릴 때 동생과 참 많이 싸우며 컸는데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거 같아요. 저는 누나가 동생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배려를 은근히 강요당하거나 부담을가지기를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각자 잘 하는 부분을 강조해주고 완준이 장애를 다양성으로 바라봐주길 바랍니다.

어릴 때부터 장애, 비장애를 떠나 각자 좋아하고 잘 하는 분야는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완준이는 편식이 없이 잘 먹는게 자랑거리고(누나는 편식이 심하답니다), 누나는 운동을 잘 하는게 자랑거리에요. 그에 비해 완준이는 운동을 못하는 편이에요. 남들이 보면 별 거 아닐지 모르겠지만 우리집에서 각자 자랑거리를 만들어주고 칭찬을 해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각자 수준에 맞게 집안일 역할, 각자 해야 할 과제를 정해주고 있어요. 각자 맡은 역할을 수행하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거든요. 이런

활동들을 통해 일방적인 도움을 주는 사람 혹은 일방적인 도움을 받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알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티격태격 현실남매 에요.​

 


Q. 남매의 훈육은 어떻게 하세요?

 

훈육을 하는 상황을 구분을 하게 되면 완준이는 왜? 누나는 왜? 이런 반응이 나와서 훈육은 누나와 완준이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집에서는 모두 함께 지켜야 할 공통 규칙을 정해두고 규칙을 어겼을 경우는 똑같이 훈육을 합니다.

완준이도 누나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각자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어떤 부분이 잘못된 것인지 어떻게 해야하는 지 알려 줍니다.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완준이가 훈육시간이 조금 오래 걸릴때가 생기기도 합니다.

​​

 

Q. 완준이가 올해 6학년이죠. 초등학교 생활 동안 어떤 부분들을 가장 신경 쓰셨나요?

 

저는 초등학교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만드는 것, 선생님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하며 완준이를 중심에 두고 학교 생활을 생각하니 진짜 갑갑했었어요. 소통이 원활한 편도 아니고, 학습 수준이 또래처럼 가능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회성이 좋아 친구들과 노는 것도 아니고, 문제행동도 많다고 생각되었죠.

완준이는 학교에서 뭐 하면서 기나긴 시간을 보내지? 완준이가 학교에서 조금이나마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우선 스스로 학교에서 해야 할 행동들이 무엇인가 생각해보고 하나씩 가르치기 시작했어요. 집에 학교 책상과 비슷한 책상과 의자를 마련해서 가방걸이에 가방을 거는 연습, 필통을 꺼내는 연습, 책의 페이지를 찾는 연습, 우유곽을 여는 연습, 실내화 신는 연습 등을 했어요.

완준이가 주로 국어, 수학시간은 도움반을 갔기 때문에 그 외 과목들을 교실에서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참여할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았죠. 예를 들어 체육시간에 줄넘기를 한다면 완벽한 줄넘기를 하기 바란다기 보다 이 물건이 ‘줄넘기 줄’이라는 것을 알고 줄을 이리저리 넘겨보기만 해도 어쨌든 체육수업에 참여는 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해서 집에서 천천히 가르쳐주었어요.

악기수업시간에는 도,레,미… 몇 개의 음계라도 소리를 낼 수 있다면 노래를 연주하지는 못해도 그 시간에 좀 더 참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로 교과에 나오는 활동들을 조금씩 노출해주려고 노력을 하였고 지금도 여전히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면 완준이 입장에서도 학교생활이 덜 지루하고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완준이는 자폐성장애답게 행동이 일반화 되는 것이 참 어렵더라구요. 할 수 있는 행동도 학교에서 하지 않으니 저도 처음에 넘 속상하고 답답했는데 선생님들과 소통을 하면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입학 전 도움반 선생님께 완준이의 언어수준, 학습수준, 성격, 건강상태, 잘 하는 것, 문제행동 등을 기록한 완준이 보고서를 먼저 드렸었어요. 그리고 선생님들께서도 소통에 적극적이셔서 집에서 활동하는 영상 혹은 사진을 공유해드리면서 어떻게 학교생활에 적용하면될지 문의를 드리면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학교에서 나타나는 문제행동에 대해서도 부담없이 도움반선생님, 담임선생님, 실무원선생님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게 되어 완준이가 이렇게 6학년까지 통합수업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입학 할 때까지만해도 초등학교 6년을 입학한 학교에서 졸업할 수 있을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우스갯소리로 완준인 6년째 학교에 적응중이란 소리를 할 만큼 다양한 일들이 많았지만 선생님들께서 항상 완준이를 따뜻하게 대해주시고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실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이렇게 학교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중학생을 앞두고 있는데, 가장 기대되는 점과 걱정되는 점은 무엇일까요?

 

아직도 저는 완준이 중학교 선택에 특수학교와 통합교육을 결정하지 못해서 지금은 기대보다 걱정이 좀 더 큰 것 같아요. 예전에는 완준이가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는 말만 하면 다 들어주겠다 생각을 했는데, 막상 완준이가 오랫동안 초등학교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실무원선생님께서 근무 중이신 ㅇㅇ중학교로 가고 싶다고 말을 하는데 선뜻 그리 하자고 말을 못했어요.

아무래도 중학교는 교과마다 담당선생님들이 다르다보니 어떻게 선생님들과 소통을 해야 할지, 중학교 교과과정은 초등학교 교과과정보다 더 어려워지는데 완준이가 수업시간에 참여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지, 중학생 아이들이 한참 예민해질 시기다 보니 완준이의 행동들이 불편하게 느껴지지는 않을지 여러므로 생각이 많아집니다.

완준이와 함께 초등학교 입학전처럼 학교들을 견학을 해보고 최종 결정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종 결정이 되고 나면 그때부턴 앞만 보고 열심히 중학교 생활을 준비하게 될 것 같아요.​



Q. 지금 이맘 때가 사춘기에 접어들 때인데, 완준이는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가족들은 어떻게 완준이 마음을 이해해 주려고 하나요?

 

뻔한 이야기 같지만 항상 가장 기본은 완준이와 관계를 헤치지 않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춘기 시기는 자기조절능력을 배워나가는 과정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완준이에게 성인기가 될때까지 배워 나가야 할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자기조절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자기조절능력을 배워나가는 것은 저와 완준이의 평생의 숙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기도 한데요.

장애를 가지지 않은 친구들도 사춘기가 오면 충동적으로 변하기도 하고 감정적으로 많이 힘든 시기지만 그 시기를 거치며 많은 성장을 하게 되지요. 완준이도 마찬가지 일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어짜피 하루아침에 갑자기 나아질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평소에 하고 있는 대로 부족한 감정표현 방법을 익히고 표현하는 연습도 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 해소하는 본인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시도와 연습을 계속 해 나가려고 합니다.​

 


Q. 완준이의 취미나 여가 시간은 어떻게 보내나요?

 

초등 입학 전에 초등학교 6년 동안 목표로 잡았던 것 중에 하나가 완준이의 취미를 한가지 이상 만들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자전거타기, 보드타기, 악기연주 등 다양한 경험을 접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고, 또래 친구들이 여가시간을 보내는 방법들도 경험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해요. 얼마전엔 완준이와 만화방도 다녀오고 마라탕도 먹고 왔어요.

완준이가 새로운 것을 어려워하는 성향이 있긴 하지만, 새로운 것들도 여러 번 접하면서 익숙해져서 좋아하게 된 것들도 많이 있거든요. 그래서 특별한 경험도 좋지만 집에서, 우리동네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어떤 것들이 있을까 주변을 열심히 살펴보고 반복되는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어요.

요즘 완준이가 여가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포켓몬스터도감의 포켓몬들의 특성을 외우는 것과 요리를 하는 것 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완준이가 여가시간 중에 운동을 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같이 하자고 하면 하지만 스스로 즐기지는 않는거 같아요.​

 


Q. 완준이가 요리도 잘 하고 집안일도 잘하는 것 같습니다. 어머님께서 자녀교육에 중점을 두는 부분들이 궁금합니다.

 

모든 맞벌이 부모님들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 같아요. 내가 집에 없는 시간에도 아이가 배가 곯지 않았으면 혼자 집에 있어도 안전하게 있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침에 일어나서 잘때까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도 수시로 되집어봅니다. 왜냐하면 완준이도 성인이 되면 제가 지내고 있는 일상을 살아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런 생각들을 하다보면 결국 자조능력을 키우는 것이 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완성하고 싶은 자조목표가 생기면 완준이가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단계를 작게 작게 나눕니다. 그리고 작은 단계를 하나씩 완성해가면서 목표를 완성해가고 있어요.

그렇게 연습한 것들로 요리는 완준이만의 레시피북으로, 집안일도 마찬가지로 시각적 지원판을 만들어 주고 있어요.

 

 


Q. 완준이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세요?

 

완준이가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말을 하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특별한 능력이 있지 않냐는 것입니다. 그럼 웃으면서 “완준이는 아주 평범한 자폐성장애 입니다.”라고 대답을 해주어요.

완준이가 벌써 12살인데 아직까지 특별한 능력을 찾지는 못했고, 전 마흔이 넘도록 살고 있지만 아주 평범한 삶을 살고 있어요. 완준이는 저와 닮은 부분이 많아서 자폐성 장애인들 속에서 평범함을 담당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완준이가 자라면서 누군가와 비교하며 느끼는 상대적인 행복이 아닌 스스로 만족하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건 제가 살아가고 싶은 삶의 방향이기도 한대요. 완준이도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며 삶을 즐길 수 있는 어른이 되길 바랍니다.​


Q. 완준이 엄마가 아닌, 한 사람으로써 어머님의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완준이를 키우면서 예기치 못하게 휴직기간이 길어졌다보니 업무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요. 제가 맡은 업무에서는 전문가가 될 수 있기를, 저와 같이 특별하지는 않지만 평범한 일상을 살아나가고 있을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양육하는 부모님들과 소통하며 서로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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