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행복한 아이로 키울 거에요

by 서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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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발달에 대해 이상징후를 느낀다면 막막하고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되죠.

​부모님의 혼란스러운 시간이 길어질 수록 아이의 진단과 치료도 늦어지게 되는데요,

아이가 26개월이 되었을 때, 자폐스펙트럼을 인지하고 빠르게 병원 진단과 조기개입 치료를 통해 아이의 발달을 개선하고,

어떠한 순간에도 행복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노력하며, 자신이 배우고 깨우친 정보들을 다른 어머님들과 나누는 뚝딱이 엄마를 모셔서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10년차 한의사이자 6살 아스퍼거아이, 8살 단순언어지연이었던 아이를 키우고 있는 뚝딱이엄마입니다. :)

 


Q. 뚝딱이가 느린아이라는 것을 언제 처음 인지하셨나요?

 

뚝딱이는 굉장히 순한 아이였어요. 잘놀고 잘먹고 잘자고.. 흔히 말하는 유니콘같은 아이였지요. 이름만 불러도 환하게 웃으며 돌아보고 제 입에 귤을 넣어주기도 하는 사랑스러운 아이였답니다.

그러던 아이가 26개월이 되었을 때, 누나가 어린이집에서 받아온 교재에 적힌 숫자를 읽더라구요. 1부터 10까지, 잘 되지 않는 발음으로 "이 이 암 아.." 하고요. 그때 처음 이상하다는 걸 느꼈어요.

보통은 엄마, 아빠, 물, 맘마, 이거 같은 단어를 말하지 숫자를 말하는 건 누가봐도 특이하잖아요. 그리고 그 이후부터 얼마 지나지않아 갑자기, 아이가 이름을 불러도 쳐다보지 않고 엄마 아빠를 투명인간 취급을 하고, 숫자에만 몰두하더라구요. 그때, 아이가 자폐성장애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Q.  인지 후 어떻게 대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확인이 시급했어요. 바로 다음날 어린이집에 전화를 걸어, 아이가 또래에게 관심이 있는지 좀 이상하지는 않는지 물었어요. 선생님께서는 "2학기 상담때 말씀드릴까 했다, 또래와는 확실히 다르다-"라고 말하셨기에 지체없이 치료개입을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갑자기 상호작용이 없어지고, 명확한 자폐의 사인을 보내고 있었기에 ABA, 언어 등의 발달치료를 주 10-12회 넘게 많이 시작했어요.

​​

 

Q. 아이를 처음 키우는 어머님들은 우리 아이가 혹시 느린 아이는 아닐까, 걱정만 하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이의 ASD 의료기관 진단 시그널을 몇 가지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이가 18개월 전후로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이 시기에 이름을 불렀을 때 선택적으로 반응한다거나, 자신의 관심사를 부모에게 공유하기 위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포인팅"이 나오지 않는다던가, 반대로 부모가 "저기 봐봐~"하며 손으로 가리켰을 때 손가락 끝의 방향을 따라가 함께 보는 "공동주시 반응"이 나오지 않는다면 관심있게 아이의 상호작용을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언어가 아직 트이지 않은 경우 더욱 헷갈리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어쩌다 보니 첫째도 단순언어지연인 케이스였는데, 단순히 언어만 트이지 않은 아이라면 일단 말귀가 잘 통하고, 표정으로 몸짓으로 눈빛으로 의사소통이 "원활히" 되더라구요.​

 


Q. 아이의 확진 결과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기까지 쉽지 않으셨을 텐데, 어느 순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되셨을까요?

 

음, 사실 저는 이 과정이 매우 짧았어요. 저도 뚝딱이아빠도 의학적지식이 있는 의료인이기에, 뚝딱이가 보이는 사인들이 너무나 명확히 자폐스펙트럼에 해당했거든요.

오죽하면, 진료실에서 일단은 검사결과를 보고 진단에 대해 말해주겠다는 정신과의사에게 "저희 부부는 이미 뚝딱이가 자폐임을 받아들였다. 자폐냐 아니냐보다는 그저 자폐의 경중이 궁금하다-" 라고 말씀드렸을 정도에요. 부부가 모두, 일단 문제가 생기면 해결책을 먼저 찾는 타입이라 더 그랬던 것 같아요.

물론 처음엔 의미없이 구글포토의 사진을 뒤져보며 '언제부터 아이가 이상해진걸까'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어요. 또, 아이가 자폐라는 사실은 부부에게 상상 이상의 큰 슬픔이자 아픔이기 때문에 배우자에게 서로 이 감정을 공유할 수 조차 없더군요. 그냥 스스로 슬픔을 흘려보내며, 당장 나와 뚝딱이 앞에 놓인 어려움들을 해결해나가면서 시간이 지나갔고, 제 생각보다 빠른속도로 성장하는 뚝딱이를 보며 "예후가 좋겠구나" 싶었어요.

그때부터 제 꿈은, "비록 우리 뚝딱이가 자폐일지라도 행복하게 키우겠다"가 되었죠.

 

​​

Q. 뚝딱이가 어릴 때부터 숫자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데, 영재라고 생각한 적은 없으셨나요?

 

저는 오히려 두려웠던 것 같아요. 왜냐면, 사람의 뇌기능은 한정적인데 아이가 발달수준에 비해 너무 숫자에만 몰두하여 다른 영역이 발달하지 못하고 있단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도 엄마 눈엔 다 예뻐보이기 마련이라, 뚝딱이가 숫자를 읽고 쓰고 더하고 곱하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더라구요.

여전히 아이가 영재라는 생각은 하지않지만, 뚝딱이가 가진 수학적 관심을 보상으로 활용한 것이, 아이발달을 견인한 원동력이 아니었나 싶어요.​

 


Q. 말이 늦었던 뚝딱이가 43개월이 되어 언어 정상 범주 소견을 받으셨죠. 그간 어떤 노력들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언어치료를 정말 많이 받았어요. 두 치료사 선생님께 주당 4-5회를 받았습니다. 거의 매일 받은 셈이죠. 그리고, 치료사선생님들이 아이에게 시도하고 있던 딱 그 수준의 언어자극을 일상에서 계속 반복적으로 들려주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나의 언어자극을 아이에게 효과적으로 들려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언어치료서적, ABA서적, RT서적 등 전문도서들도 많이 보며 힌트를 얻었고, 그 힌트들을 육아과정에 녹여내려고 노력했어요.

​​

 

Q. 세 돌 이전 아이를 처음 키우는 엄마들에게 아이와 어떻게 시간을 보내길 바라시는지요.

 

일단 그 시기가 가장 불안한 시기에요. 36개월을 기점으로, 마치 단순지연과 발달장애아동이 갈리는 듯한 느낌을 엄마들이 많이 받아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아이 발달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에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아이는 이제 세상에 태어난지 만 3년이 안된 너무도 어린 아기고, 지나고 보면 다시 오지 않을 정말 귀하고 소중한 시기거든요. 이 시기를 너무 걱정과 불안으로 보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아껴주고 더 많이 웃어준다면 그보다 더 좋은 육아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

Q. 뚝딱이에게 신경을 쓰다 보면 누나에게 자칫 소홀해질 수도 있고, 누나가 오해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죠. 남매를 고루 사랑하며 양육하는 어머님의 노하우나 철학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뚝딱이가 저의 아픈 손가락이다보니, 누나에게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었어요. 그래서 누나와 단 둘이 있는 시간을 만드려고 노력했어요. 뚝딱이가 유치원에 가 있는 동안, 누나와 같이 팔찌도 만들고 레고도 만들면서 시간을 보내요.

그리고 매일 아침, 두 아이에게 뽀뽀 한번씩 꼭 해주고요. 뚝딱이 몰래, 누나 귀에 "엄마는 이 세상에서 너가 제일 좋아!" 라고 말해주었을 때 배시시 웃던 누나얼굴이 그렇게 사랑스럽더라구요. 직접적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게 가장 잘 먹히는 것 같아요.

제가 첫째에게 많이 신경을 쓰지 못해 자책에 빠져있을 때 한 치료사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마음에 많이 남아요. "아이들은 용서가 빨라요. 지금부터라도 표현해주세요" 당장 오늘부터, 비장애형제를 꼭 안아주고 사랑을 담아 스킨십해주세요.

​​

 

Q. 뚝딱이와 보드게임을 아이와 자주 하시는데, 부모와 함께 하면 좋을 보드게임 몇 가지 추천 받을 수 있을까요?

 

저는 도블이랑 토끼운동회(퍼니버니) 추천해요. 두 게임 모두 규칙이 단순해서 어린아이부터 즐기기 좋아요. 무엇보다 부모님이 티 안나게 져주기 참 좋답니다.

보드게임은 여러가지 장점이 있는데, 차례와 규칙을 지키고 경쟁심을 통해 집중력에도 도움이 돼요! 처음부터 너무 학습위주의 보드게임을 선택하기보다는, 직관적인 개구리알먹기, 슈퍼슈팅팽이, 의자높이쌓기, 몽키덤블링 등의 게임을 먼저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Q. 아이를 키우다 보면 마음이 철렁이는 순간이 많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그를 극복해나간 과정이 궁금합니다.

 

어느 날 새벽, 잠을 자고 있는데 거실에서 중얼중얼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죠. 제가 잠귀가 밝은 터라, 무슨 일인가 하고 거실로 나가보았거든요. 그런데 뚝딱이가 아무도 없는 불꺼진 거실에 홀로 앉아, "1 2 3 4 5 6 7 8 9 10" 숫자를 염불외우듯 중얼거리고 있는 거에요. 그때 뚝딱이가 29개월이었어요.

혼자 잠에서 깼으면 울면서 엄마를 찾기라도 하지, 불이라도 켜지,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몇 시간이고 그러고 있었을 아이를 본 순간의 참담한 심정이란. 지금 떠올려봐도 울컥하는 기분이 들어요.

그 후로도 한동안 아이의 수면장애는 계속되었어요. 전 그저 아이 곁을 지킬 뿐이었죠. 낮에 아이가 깨어있을 땐, 정말 최선을 다해 놀아줬어요. 몸 놀이도 하고, 아이에게 숫자보다 더 재밌는 게 있다고, 엄마랑 노는 게 더 즐겁다는 걸 알려주려고 많이 애썼던 것 같아요.​


Q. 아버님에게 가장 위로를 많이 받으시는 것 같습니다. 두 분이 좋은 사이를 유지하는 비결과,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동반자로써 가장 힘이 될 때는 언제이신지요?

 

남편과 저는 한 팀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팀이란, 각자의 포지션을 열심히 하되, 서로의 포지션도 존중해주는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들의 교육과 발달에 대해 노력하고, 남편은 아빠로서 그리고 가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그 부분을 서로 존중하고 감사할 때, 부부도 더 좋은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설령 남편이 나와 다른 교육관이나 가치관을 갖고 있더라도, 아이에게는 그게 오히려 더 좋은 방향일 수도 있습니다. 사회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살고 있고, 꼭 제가 정답이 아닐 수도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저와는 다른 남편의 방식도 옳다고 생각하고 존중합니다.

동반자로서 가장 힘이 될때는 아무래도,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1박2일로 외출하는 일이죠! 덕분에 저는 온전한 자유부인을 누리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요. 아이들도 어렸을때부터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을 가져왔기에, 잘 따르구요.

남편이 아이들과 뭔가를 할때, 다소 어색하고 서투르거나 할 때가 당연히 있어요. 그런데 저는 절대로 지적하지 않아요. 없으면 없는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헤쳐나가는 것도 좋은 경험이잖아요. 남편이 하는 육아방식을 존중하니, 남편도 육아를 자기 일처럼 하고 또 자신있게 해요.

마지막으로, 아까 아이들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충분한 애정표현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매일 수시로 남편과 꼭 껴안아요. 그러면 어느샌가 뚝딱이와 누나가 달려와 네명이 함께 껴안게 된답니다. 부부가 사이 좋은 모습을 아이한테 보여주는 것만큼 중요한 교육도 없다고 생각해요.​

 


Q. 아이들과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이신가요?

 

자기 전, 짧게 대화하는 순간이요. 그때 항상 뽀뽀를 해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는데, 그럼 두 아이들이 제게 똑같이 뽀뽀를 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해줘요. 그때 느껴지는 볼살의 보드라운 느낌, 어두운 밤, 포근한 이불 이보다 더 완벽한 순간은 없다고 생각해요.

​​

 

Q. 뚝딱이가 어떤 어른으로 자라기를 바라시나요?

 

지금 뚝딱이가 가진 밝은 미소가,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하길 바랍니다. 그러려면, 가족이 든든한 정서적 울타리가 되어주어야한다고 생각해요. 뚝딱이가 힘들고 지칠 때, 언제라도 가족이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존재라고 여겨줬으면 싶어요.

​​

 

Q. 누군가의 아내, 어머님이 아닌 한 사람으로써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렸을 때부터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남들에게 알려주길 좋아했어요. 쉬는 시간이면 늘 제 곁엔 수학이나 국어 문제를 물어보는 친구들이 가득했고, 저는 답을 모르는 내용은 공부를 해서라도 알려주곤 했어요.

한의사로서도 환자들에게 건강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하나라도 더 알려드리고자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뚝딱맘 계정을 운영하면서 제가 알고 있는 정보를 나누며 보람을 많이 느껴요. 한의사로서도, 뚝딱이 엄마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더 많이 나누고 돕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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